문양의 비밀: 강릉색실누비
- 작성일
- 14-07-05 12:48
- 작성자
- 안영갑
- 조회
- 6,327
누비는 추운겨울에 입고, 덮는 복식과 이불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되고 있다. 상보, 수저집, 주발덮개, 각종 섬유
소품(수저집, 버선본집 등), 쌈지 등에서 뛰어난 실용성과 한국적
미감을 자랑한다.
최근에 들어 와서 누비의 종주국인 한국의 손누비가 세계적인
패션계에서 우수성이 조명을 받고 있다. 응용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독특한 문양과 바느질 기법, 보온성, 질감, 은은함, 부드러움 등
자연스러운 우아함 때문인 것 같다.
누비중에서 제작과정이 독창적이고, 실용적이며 디자인이 현대적인
강릉 색실 누비는 단연 독보적이다. 담배 쌈지, 부시쌈지, 바늘꽃이,
반지쌈지, 버선본집, 안경집, 베겟모 등 응용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 국내 수집계와 규방 섬유공예 전문가들 사이에 각광을
받고 있는 화려한 오방색계통의 강릉 색실누비는 단연 으뜸이다.
강릉색실누비만이 갖고 있는 디자인의 독창성과 실용성, 현대성
때문에 재현붐이 활발하게 일어 나고 있다.
전형적인 강릉 색실 누비는 두겹의 누비사이에 가늘게 꼰 한지끈을
넣어서 올록볼록한 촉감과 더불어 습도예방을 하는 일조이석의
효과를 낸다. 독특한 오방색 추상문양의 디자인이 추가되어 실용성과
아름다운 한국적 미감을 절묘하게 동시에 살리고 있다.
색실누비에 사용된 기본문양은 기하학적인 직사각형 형태와 단순화된
꽃잎 문양 형태이다. 쌈지의 외관을보면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직사각형과
단순하면서 반추상적인 꽃잎 문양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화려한
오방색 색실을 이용해 구조적이고 독창적인 문양을 창조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나무의 단순화된 형태미를 다양하게 보여 주는 회화적인
모습의 쌈지문양도 가끔 등장한다.
규방여인의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흰색의 굵은 면사와
면직물을 단순하게 사용하거나 화려한 오방색계통의 비단색실로 흰색의
명주천위에 독특한 추상문양을 입혀 담배쌈지나 부시쌈지를 제작하였다.
우주의 원리이자 음양오행사상을 상징하는 오방색으로 심오한 조형정신을
표현하였다.
강릉 색실누비 쌈지의 외관이나 문양을 보면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한 폭의 현대적인 추상미술을 보는 느낌을 준다. 특히 쌈지의 경우
세계적인 명품인 루이뷔통이나 구찌보다 디자인이 매우 현대적이고
실용적이어서 세계적인 디자인 상품으로서 발전 가능성도 크게
엿보인다.
기하학적인 오방색 문양의 쌈지는 일찍이 조선시대 부터 자수와
같은 침선 규방공예가 발달한 강릉지역의 여인들이 긴시간 공을
들여 남편을 위해 만든 사랑의 선물이자 인고의 산물이다.매화꽃
잎 문양을 연상케 하는 쌈지문양속에는 강릉지역 규방여성들의
남편을 향한 간절한 애정과 일편단심, 절개의 마음 등이 묻어
있다. 또한 사용자인 남편들간에 아내 솜씨 예찬론이 미적인
경쟁을 유발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된 것 같다.
힘든 가사노동후에 찾아 오는 휴식도 없이 희미한 호롱불 밑에서
사랑의 선물인 담배쌈지를 만드는 아내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제작을 위한 인내와 인고의
긴 시간을 보낸 후 마침내 쌈지는 화려한 탄생을 하게 된다.
진한 감동의 순간인 것이다. 두 부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어렵게 완성된 색실누비 쌈지를 통해 진한 애정을 확인하게 된다.
조선시대 강릉지역의 어느 어촌마을에 살고 있는 여인은 남편이
고기잡이 배를 타고 먼 바다길을 나가 풍랑을 만나 죽게 되자
돌아오지 않는 어부 남편을 위해 만든 담배쌈지를 만지면서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연으로 강릉지역에서는 쌈지를
보고 일명 눈물쌈지라고 구전되기도 한다.
타 지역에 비해 폐쇄적인 자연조건과 아름다운 자연환경, 단오제와
같은 독특한 종교생활, 남편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존경심 등이
쌈지예술의 독창적인 미적 상상력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색실누비의
주인공인 강릉여인들은 역시 신사임당의 후예다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