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눈물
- 작성일
- 12-08-09 11:24
- 작성자
- 안영갑
- 조회
- 6,055
강릉에 사시는 90세 가까운 할머니 세분이 박물관을 찾아 오셨다.
연세가 많으셔 보행상 많은 불편에도 불구하고 주변 친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그만큼 박물관을 절실히
보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 같다.
할머니 세분중 한분은 우연한 기회에 강릉에 살고 있는 어느 고미술
애호가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옛 물건을 무척 좋아하시고,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할머니로 기억하고 있다. 박물관 건립 소식을 들으시고
친구 두분을 대동하고 박물관을 직접 찾아 주신 것이다.
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편의시설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2층 계단을
올라오시는 힘든 모습을 보면서 무척 심려 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루 빨리 편의시설이 개선되기를 간절히 기원하였다.
박물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나누고 전시실 내부로 안내하였다.
박물관의 전시실 문을 여는 순간 할머니들의 탄성이 일제히 울렸다.
잃어버린 고향과 추억의 소녀시절을 만나는 감격의 발로였다.
유물전시관을 돌아 보는 순간부터 세 할머니들은 과거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신 듯 말씀이 많아 지셨다. 주름진 얼굴에는 희색이 돌고 눈가에는
작은 눈물방울이 맺혔다. 진열된 자수 작품들속에서 지나간 세월이 남긴
추억의 조각들을 만나고 계신 것이다.
보행의 불편을 무릅쓰고 휴식없이 작품 감상에 몰입하고 계셨다. 10대
소녀들의 수다와 같은 속삭임들이 끊임없이 입가에서 나왔다. 나의 두손목을
꼭 잡으시고 고맙다는 인사를 계속 하였다. 나의 눈가에도 할머니들 처럼
작은 이슬방울이 맺혔다. 할머니들과 나 사이에 이신전심이 된 것이다.
박물관 설립의 어려운 여정속에서 처음 느끼는 소중한 보람이었다.
가정의 전통적인 가치가 퇴색하고, 과거 세대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와
존경심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수 박물관의 역할과 사명감을 새삼
실감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사립 박물관으로서 어려운 운영여건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의 소리없는
눈물은 나에게 박물관의 소중한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 전통문화의 파수꾼이 되겠다는 다짐을 굳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