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리모델링
- 작성일
- 12-02-21 11:58
- 작성자
- 안영갑
- 조회
- 6,542
오죽헌 옆에 오랫동안 폐교로 방치되었던 경포초등학교를
강릉시가 교육청으로부터 인수를 받아 문화 예술공간으로
전환하면서 박물관 설립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예술창작인촌이라는 건물명으로 공식적인 출발을 하였다.
총 3층의 건물로서 1층은 강릉지역 공예작가들의 전시 판매 공방이
들어 섰고, 2층은 동양자수 박물관이 3층은 체험교육 시설로
구성된 일종의 복합문화 예술공간이 된 셈이다.
2층에 자리 잡은 동양자수 박물관은 폐교의 교육공간인
강의용 교실을 전시실로 꾸며야 되는 난제를 안고 출발하였다.
처음부터 박물관 전용공간으로 설계된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건축분야에 문외한인 나로선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은 고민끝에 지역의 공간디자인 전문업체를 리모델링
사업자로 선정하였다. 처음에는 박물관 전시실의 개념을 만드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전시될 유물이 섬유분야인 전통자수이고
규방예술 분야임을 고려하였다. 우아하고, 단아하며 한국적인
규방 분위기를 살리는 쪽으로 개념적인 가닥을 잡았다.
시설에 필요한 자재는 시베리아산 스플러스 원목을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구입가격은 높지만 향기가 좋고, 자연 원목이고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수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이태리산 천연 니스로 전시실 원목을
칠하여 부식을 예방하고 원목의 자연스러움을 살렸다.
전시실 공간은 한국자수, 특별전시실(색동 조각보, 서양자수),
동양자수 전시실(중국, 일본 자수)로 구성하기로 하였다.
항상 머리속에 전시공간을 상상하면서 자수 전시에 대한
생각에 몰두해 왔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쉽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전시실 리모델링 공사에서 새로운 복병이 등장하였다.
전시공간이 가장 큰 한국자수와 특별전시실의 천정 공사를
하는 문제였다. 강릉시에서는 건물의 역사성을 감안하여
천정을 막지말고 옛 모습 그대로 두고 벽면에 자수 전시실을
꾸미는 것을 제안하였다.
최근에 들어와서 옛 건물 천정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는
리모델 공사가 유행하고 있음을 감안 할 때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전통 한옥의 규방분위기를
살리면서 시멘트 구조물인 학교 천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였다. 설상가상으로 천정에는 에어컨과
공기정화 시설을 위해 각종 전기선이 무질서하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건물의 역사성과 자수의 아름다움을 조화시키는 것이
강릉시의 입장에서 볼 때 의미있는 작업일 수는 있으나
전시실을 아름답게 꾸며야 되는 박물관으로서는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매우 벅찬 과제였다.
리모델링 업자에 부탁하여 목공예 장인들과 시내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숙의에 숙의를 거듭하였다. 열띤 토론의
결과 전기시설과 수도관이 있는 천정에 정방형 창호문양의
원목문짝을 만들어 올려 놓고 그 틈으로 천정이 보이는 방법을
최선의 안으로 선택하였다.
어려운 제약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창의적인 생각과
토론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추가적인 공사
로 인해 비록 많은 비용과 기간이 걸렸지만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 덕분에 박물관을 찾는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실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이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에 감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강릉시도 흡족해 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