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과 송학자수
- 작성일
- 12-02-29 14:26
- 작성자
- 안영갑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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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전시실에는 춘설로 가득한 한그루의 노송과
천년을 산다는 송학 부부 한쌍이 봄눈을 맞고 있다.
거기에 부부애를 과시하는 한폭의 액자수가 조용히
걸려 있다. 강릉지역에서 수집되었고, 작품의 연대는
일제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자수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각별하게 아끼면서
틈틈히 감상하는 유물이다. 깊은 부부애가 절로
느껴진다. 무척 부러운 마음이 든다. 일제시대에
유행하였던 회화자수의 형태인데 일반적이
송학자수나 자수본에 나온 밑그림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통상 눈그림은 안나오는데 수집된 송학자수
유물 중에서 이 작품에 유일하게 춘설이 등장한다.
눈쌓인 노송을 배경으로 봄눈을 맞으면서
마지막 겨울의 시샘을 녹이고 있다.
작품의 정교함은 물론이고, 회화적인 아름다움도'
일품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 나름대로
해석한 작품이다. 소나무의 고장인 솔향강릉의
정취가 물씬 베어 나온다. 눈이 많이 오는 영동지방의
모습을 작품속에 잘 표현하고 있다. 눈내리는 모습을
분당채로 하얗게 채색을 하여 회화적인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지역적인 아름다움을 잘 살린 작품이다. 단순한
송학자수의 부부애를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춘설을 가미하여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부부의 간절한 마음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 일심동체와 같은 믿음의
마음에 나온다고 우리 어머니들은 전통속에서
배우고 그렇게 살아 왔다. 침실에 걸린 송학자수를
보면서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을 추수리고, 가정의
행복과 소원을 기도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