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조선 궁중유물자수를 비롯한 우리 민속자수 300여 점과 중국 및 일본 등의 동양자수 140여 점, 색동조각보 90여 점, 서양자수 30여 점 그리고 자수관련 도구 105점 등이 120평의 비교적 넓은 공간에 깔끔하게 전시돼 있다. 신사임당의 고향으로서 우리나라 자수의 본고장으로 일컬어지는 강릉에 전통 자수박물관이 개관되었다는 것은 전통문화 계승발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세대 원주 캠퍼스 원로 교수인 안영갑 관장은 "어머니가 그리워, 어머니의 숨결이 밴 자수품들을 모으기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이해인 시인은 '시간이 가면/더러는 잊히는 그리움도 있다는데/어머니를 향한 그리움만은 그렇지가 못하네'라고 했다.
옛 자수품들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살아계실 때는 어머니도 그저 만만한 사람이었다. 어떤 잘못도 용서하고 감싸주는 자였으므로 마음대로 화내고 짜증을 부려도 괜찮게 생각했었다. 정목일 수필가는 이렇게 전제하면서 "지금 생각해 보니, 어머니를 경배하지 못한 것이 가장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회한했다. 하찮은 자수품과 그저 만만하기만 했던 생전의 어머니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늙지 않는 소년의 마음'으로 이 자수품들을 수집한 정년을 앞둔 노 교수의 마음엔 우리 근현대 질곡의 세월을 산 '어머니들에 대한 경배'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고가의 궁중수방제품과 장식용 예술품보다는 평범한 아녀자들이 수놓은 실용자수가 더 감동을 자아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늙은 여성 관람객은 포개져 있는 여러 색상의 배갯모를 보고 동행한 손아랫사람에게 "내가 시집올 때 저거 몇 개 가져온 줄 아니? 열여섯 개다. 헌데, 지금은 한 개 밖에 없어…어머니가 손수 해주신 건데…"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전통자수의 전시는 민속역사의 생생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와 소통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 준다.
지난 날 어머니들의 애환이 예술혼으로 승화돼 곱게 피어난 자수들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끊임없이 과거와 소통하면서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의 몫이다.
유럽의 예를 보면, 먼 옛날 눈 덮인 깊은 골짜기의 외딴 오두막의 작은 방에서 투박한 천에 살아있는 듯한 들꽃들을 수놓았던 스위스 여인네들의 자수가 발전하여 오늘날 세계 자수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수학여행 중 중고학생들이 꼭 들려야 할 데가 바로 이런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에 대한 경배와 우리 전통자수의 계승발전을 위한 교육장으로서의 의미가 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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