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자수박물관

관람후기

'모정의 편린' 자수 박물관

작성일
11-07-25 11:17
작성자
관리자
조회
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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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이신 안영환님이 지난 7월 15일 강릉에서 개최된 "수필가의 날"(한국 문협 수필분과회 주최) 행사에 참석하신 기회에 저희 동양자수 박물관을 방문하시고,  느끼신 소회를 경북일보 시론에 발표하였습니다. 현재  수필가이자 경북일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본인의 양해를 얻어 전재합니다. 저희 박물관에 대한 훌륭한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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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의 편린' 자수박물관( 경북일보 2011-07-25)

바닷가에서 멍하니 망망대해를 바라보노라면 아스라이 먼 저편에 계시는 어머니의 소리가 해변의 암석에 부딪히는 파도에 실려 오는 듯한 환청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신사임당의 고택인 강릉 오죽헌에 인접한 '동양자수박물관'을 둘러본 뒤 경포대 너머 바닷가에 섰을 때 솟구쳐 오르는 감회다. 오죽헌 정문에서 불과 10여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강릉예술창작인촌'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은 한 경영학 교수가 1990년부터 20여 년 간 사재를 털어 수집한 자수제품들을 전시한 특이한 공간이다. 귀한 작품 한 점을 얻기 위해 2, 3년 동안 전국 각지를 헤매기도 했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조선 궁중유물자수를 비롯한 우리 민속자수 300여 점과 중국 및 일본 등의 동양자수 140여 점, 색동조각보 90여 점, 서양자수 30여 점 그리고 자수관련 도구 105점 등이 120평의 비교적 넓은 공간에 깔끔하게 전시돼 있다. 신사임당의 고향으로서 우리나라 자수의 본고장으로 일컬어지는 강릉에 전통 자수박물관이 개관되었다는 것은 전통문화 계승발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세대 원주 캠퍼스 원로 교수인 안영갑 관장은 "어머니가 그리워, 어머니의 숨결이 밴 자수품들을 모으기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이해인 시인은 '시간이 가면/더러는 잊히는 그리움도 있다는데/어머니를 향한 그리움만은 그렇지가 못하네'라고 했다.

옛 자수품들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살아계실 때는 어머니도 그저 만만한 사람이었다. 어떤 잘못도 용서하고 감싸주는 자였으므로 마음대로 화내고 짜증을 부려도 괜찮게 생각했었다. 정목일 수필가는 이렇게 전제하면서 "지금 생각해 보니, 어머니를 경배하지 못한 것이 가장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회한했다. 하찮은 자수품과 그저 만만하기만 했던 생전의 어머니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늙지 않는 소년의 마음'으로 이 자수품들을 수집한 정년을 앞둔 노 교수의 마음엔 우리 근현대 질곡의 세월을 산 '어머니들에 대한 경배'가 담겨져 있는 듯하다.

고가의 궁중수방제품과 장식용 예술품보다는 평범한 아녀자들이 수놓은 실용자수가 더 감동을 자아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늙은 여성 관람객은 포개져 있는 여러 색상의 배갯모를 보고 동행한 손아랫사람에게 "내가 시집올 때 저거 몇 개 가져온 줄 아니? 열여섯 개다. 헌데, 지금은 한 개 밖에 없어…어머니가 손수 해주신 건데…"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전통자수의 전시는 민속역사의 생생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거와 소통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 준다.

지난 날 어머니들의 애환이 예술혼으로 승화돼 곱게 피어난 자수들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끊임없이 과거와 소통하면서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의 몫이다.

유럽의 예를 보면, 먼 옛날 눈 덮인 깊은 골짜기의 외딴 오두막의 작은 방에서 투박한 천에 살아있는 듯한 들꽃들을 수놓았던 스위스 여인네들의 자수가 발전하여 오늘날 세계 자수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수학여행 중 중고학생들이 꼭 들려야 할 데가 바로 이런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에 대한 경배와 우리 전통자수의 계승발전을 위한 교육장으로서의 의미가 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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