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자수박물관

관람후기

달과 스마트폰

작성일
18-08-28 11:45
작성자
관리자
조회
6,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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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서울나들이를 하였다. 나처럼 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을 하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서다.

박물관경영이 어려울 때 함께 토로하고 겪려를

주고 받는 동지와 같은 사이다. 그동안 밀린 회

포를 풀겸 최근에 공개된 소장유물을 보기 위해

서다.


만나는 경우 주된 주제는 사립박물관의 미래와

소장유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치열

한 토론을 통해 박물관의 어려운 현실에 대한

타개책을 모색하고 수집에 대한 안목을 넓힌다.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좋은 기회로 삼는다.


서울나들이는 제법 많은 시간과 경비를 수반한

다. 장날에 임도 보고 뽕도 딴다는 말과 같이

서울에 한번 올라 가면 장을 많이 보게 된다. 방

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반드시

들리는 곳이 있다. 인사동과 답십리에 있는 고

미술가계들이다.


가계주인들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그동안에

입수된 유물들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운좋

게도 눈에 들어 오는 새유물을 발견하면 가격

흥정을 하게 된다. 어려운 박물관의 살림형편

과 가족을 생각하면 유물구입을 망설이게 된

다.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상호간에 오랜기간 동안 형성된 신용을 바탕

으로 유물구입에 대한 결제는 외상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대부분 신용카드나 약속어음

방식으로 장기간 분할납부를 조건으로 한다.

거래를 지속시키기 위한 불가피한수단이다.


고미술가계들을 순례하거나 관심있는 전시

회관람을 한 후에는 나처럼 박물관을 운영

하는 동료지인을 만나 종로나 인사동의 어

느 작은 골목길에 숨어 있는 선술집에서 회

포를 풀게 된다. 그동안 박물관경영으로 누

적된 정신적 피로를 몇잔의 술로 날려 보내

며 동변상린의 애환을 달랜다.


초저녁이 빨리 지나가고 작별의 아쉬운 시

간이 다가오면 소중한 가족과 박물관이 있

는 강릉을 향해 황급히 출발한다. 고속버스

에 피곤한 노구를 실고 얼큰한 술기운을 안

수삼아 어렵살이 구압한 유물의 매력을 음

미하면서 장시간여행의 지루함을 버틴다.


강릉행 고속도로를 야행하는 동안 석양을

배경으로 강과 들, 산들의 그림같은 실루

엣이 병풍처럼 펼쳐 진다. 가끔 보름달이

김환기의 달항아리처럼 맑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반가운 모습을 해후한다. 여행의

끝자락이 보일 때 까지 달리는 창밖에 액

자처럼  우뚝 서서 나를 정겹게 내려다 본

다. 보름달을 벗삼아 유물에 심취하면 유

물은 김환기가 사랑한 달항아리 처럼 환

생한다.


달빛여행을 즐기는 동안 동료여행객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의 삼매경에 빠져 든다.

스마트폰은 소중한 나의 유물처럼 그들의

유일한 벗이 된다. 창밖에 동행하는 보름

달은 낯선 이방인처럼 느껴 진다. 교감이

없는 것 같다. 달빛야행의 낭만은 차거운

스마트폰처럼 사라지고 아날로그와 디지

털의 혼돈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이

슬픈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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