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자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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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동화

작성일
26-02-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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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동화


 일제 강점기에 우리 아버지가 분가하면서 주변 야산의 산림에서 채취한 소나무와 잡목으로 아담한 한옥을 지었다. 소박하고 고즈넉한 남도의 정취가 물씬 묻어 나는 초가집이다. 9홉칸집으로 우리 6남매가 자유분방하게 살기에는 다소 협소한 공간이다. 그러나 스킨쉽을 하면서 남매간에 혈육의 정을 느낄 수 있기에는 충분히 인간적인 공간이다. 노후에도 남다르게 형제간의 유대감이 강한 것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나는 부모님의 남다른 교육열과 서울에 살고 있는 형제들 덕분에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를 서울에서 유학할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방학중에는 어머니가 계신 고향 정읍에 내려오면 주변 친지나 사촌형제들로부터 많은 부러움과 관심을 받았다. 고향사투리를 잊어버리고 어설프게 서울말을 흉내내는 나의 모습에 고향사람들은 매우 부럽고 신기한 듯 창경원의 원숭이처럼 나를 구경하기 위해 우리집에 몰려 들었다. 내가 본 서울의 다양한 풍경과 경험담을 들려 주면서 스타처럼 일주일을 보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때쯤이면 친정이 전주인 어머니는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고향집에 도착하기전에 내가 무척 좋아하는 전주식 콩나물국과 시골음식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읍내 장날에 사온 영광 굴비새키(일명 엿거리)들은 마당 빨래줄 한가운데에 참새가족 처럼 다정히 않아 노래를 부른다. 시원한 우물가 감나무 그늘에는 시어머니처럼 않아 있는 시루단지에서 토종 콩나물이 수북히 자란다. 타고 남은 재를 믿거름삼은 콩나물은 서울간 막내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흠뻑 마시고 잘 자라고 있다. 

 

 마당 텃밭에서는 더운 여름날의 뜨거운 햋살을 받은 토종 하지감자가 처음으로 맨 몸을 드러내게 된다. 남도의 매운 고추장과 파마늘 양념으로 치장을 한 감자찌개가 작은 양은 냄비속에서 보글 보글 음악소리를 낸다. 시원한 우물속에는 우리집 단골 이동상인인 월평댁이 가져온 수박과 개구리 참외가 미역을 감고 있다. 어머니는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경비마련을 위해 찹쌀보리를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월평택의 날카로운 눈빛속에서 어머니는 넉넉한 됫박저울을 달아 먼길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고향집에 도착하기전 1주일전부터 온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방학이면 서울친구들과 여행한번 못하고 고향앞으로 직행하는 효자가 되었다. 어머니의 막내사랑에 대한 효심도 보이고 그동안 맛보지 못한 고향음식을 실컷 즐기기 위한 일조이석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나의 매년 여름방학은 어머니와 더불어 고향집에서 시작하고 고향집에서 끝나는 연례적인 행사가 되고 말았다. 외로운 어머니에게 위문공연도 하고 몸보신도 하는 여름방학이 된 것이다.


 서울모험담이 담긴 이야기 보따리를 한달동안 풀면서 시원한 여름 모기장 속에서 어머니와 나는 해리포터 여행기를 타고 긴긴 여름밤을 항해하게 된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흥미진진한 이야기꾼이자 연극배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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