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비가온다. 온 대지를 적셔주는 봄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다. 대지의 온 생명체들은 기지개를 펴고 생명의 날개를 치고 있다. 봄의 화신인 매화꽃이 떠난 자리에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되어 봄꽃의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집에서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죽헌앞 넓은 들녂을 지나 가야 한다. 지름길이기도 하지만 나의 노년건강을 지켜주는 유일한 산책로이다. 사임당의 뜰이라 생각하고 사색하는 마음으로 즐겨 이 길을 찾는다. 대지는 여전히 겨울처럼 황량하고 봄의 숨결은 아직도 요원하다. 다만 먹이를 찾아 들녂위를 분주히 날고 있는 야생비들기, 백로, 흰뺨검둥오리, 산새들이 봄맞이 준비를 하는 전령사처럼 느껴 진다. 논둑위의 겨울대지를 힘차게 뚫고 나온 봄냉이와 봄쑥을 보면 봄이 벌써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요새는 오죽헌도 코로나로 인해 상춘객이 매우 적은 편이다. 예전 봄 같으면 평일이나 주말을 불구하고 오죽헌 주차장은 관광버스로 만원이고 봄을 즐길려는 관광객들의 우렁찬 목소리와 발소리가 가득하였다. 오죽헌옆 자수박물관이 있는 예촌에도 방문하는 발거름이 적어 산사처럼 고요하며, 예촌정원에 활짝핀 벗꽃들은 유독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자수박물관을 특별하게 찾는 관람객들이 있는 경우 전시실은 잔치날처럼 활기를 띠고 전시실속의 자수화들은 화사한 봄꽃처럼 활짝 웃으며 손님을 반가히 맞이 한다.
박물관이 자랑하는 소장유물인 버선본집은 국내최초로 도록발간과 더물어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된 지 벌써 4개월이 지나간다. 버선본집의 주인공이신 우리 어머니들의 아름다운 가족애가 한폭의 버선본집위에서 꿈길처럼 펼쳐지고 있다. 주로 연인이나 가족, 친구들이 박물관을 많이 찾는다. 버선본집의 매력에 도취되어 즐거운 탄성을 발하기도 하고 추억의 기념사진도 열심히 찍는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의 무거운 삶을 잠시 내려 놓고 전시실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힐링을 받는 것 같다. 자연속의 아름다운 꽃밭을 그대로 옮겨 온 우리 어머니의 자수전시실은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진실하게 보여 주는 살아있는 교육공간이자 감동의 체험현장인 것이다.
물질만능주의로 인하여 자연과 정신적인 가치의 소중함를 그동안 잊고 산 우리들에게 코로나시대는 엄중하게 많은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생명의 노래가 넘치는 자수박물관속에서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껴 보고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시대를 극복하는 지혜를 얻어 가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